[인터뷰] “개인의 모든 진실을 파헤쳐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연극 ‘싸움꾼들’ |
연극 ‘싸움꾼들’ 배우 유성주 |
세상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통제욕은 정신적인 것으로 귀결됐다. 사람의 심리를 연구한다는 것에는 인간의 심리를 통제하고 싶다는 욕구가 반영되어 있다.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을 고치자면 인간의 정신을 모두 알아야하고, 그를 위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진행된다. 치료를 명목으로 한 실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치료자나 환자 모두 한 가지 방식만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신념을 가지고 말이다. 약육강식의 세상, 약자는 강자에게 이용당한다. 정신적인 폭력은 헤어 나오기도 힘들고, 더 잔인하다. 살인자의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과정을 담은 연극 ‘싸움꾼들’의 배우 유성주에게 물었다. - 연극 ‘싸움꾼들’에서 맡은 역할은 어떤 캐릭터인가. ‘최교수’라는 역으로, 가족은 제쳐놓고 일과 성공에 집착하는 인물이다. 상처 입은 사람들이 감추고 싶어 하는 것을 세상에 드러내 자신의 성공으로 만들어낸다. 이 작품에서 ‘최교수’가 파헤치려고 하는 상대는 트라우마를 가진 ‘청년’이다. -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들었다. 연습하며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이 연극은 이야기 구조가 복잡하다. 일반적인 스토리텔링으로 관객들에게 쉽게 전달되지 않는다. 현실과 비현실적인 영역들이 뒤섞여 있는데 이를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인가가 중점이다. 중심인물이 청년이다. 청년의 꿈과 허상, 잊힌 기억들이 현실이 교차 반복되면서 최교수가 이 기억들을 끌어낸다. 기억을 끌어내는 과정이 격투기 장면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마치 연구실에서 심리치료를 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음향, 반복적 동작, 연기 등으로 비현실과 현실의 경계를 잘 드러내려 노력했다. -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모티브를 얻은 매개체가 있나? 다른 작품에서 모티브를 찾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와 주변 사람들이 보이는 성향들, 생각들을 역할에 맞춰 도용했다.
- ‘청년’과 ‘최교수’의 모습에서 무엇을 볼 수 있었나? 이 작품을 분석하면서 든 사례가 있다. 트라우마를 가진 살해범을 대상으로 한 교수가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이 범죄자는 자신이 누군가를 살해했다는 기억이 없었다.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범죄자는 살인의 기억을 찾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살인범은 죄책감을 얻어 더 힘든 인생을 살게 되었다. 이 사례는 극단적인 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누구나 숨기고 싶은 개인사가 있다. 이를 알고 싶은 욕구 때문에 파헤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덮어두는 것이 개인의 삶에는 더 이롭지 않을까. - 자신의 캐릭터를 통해 어떤 것을 말하고 싶나. 최교수는 자기 성찰을 하기보다는 타인을 분석하는데 더 집중하는 인물이다. 그의 능력을 오직 그의 성공만을 위해 사용한다. 자신이 한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최교수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인물이 어떤 모습인가를 볼 수 있다. 사회적인 지위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시각으로만 세상을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타인에게 미칠 결과를 생각한다면 그들의 능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 연극 ‘그게 아닌데’는 지난번 작품인 연극 ‘그게 아닌데’와 연결고리가 있나. 연극 ‘그게 아닌데’와 ‘싸움꾼들’은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스토리와 표현 방식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물론 연극 ‘그게 아닌데’에서도 내 역할은 정신과 의사였다. 하지만 연극 ‘그게 아닌데’에서는 정신과 의사가 상대를 조정해 원하는 상황을 만들고자 한다. 연극 ‘싸움꾼들’에서는 청년이 가지고 있는 것을 그대로 파헤쳐낸다. 접근 방식이 다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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