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료실/언론/기사

[러브&머니] [리뷰] 돈으로 채워지지 않는 삶의 결핍… 연극 ‘러브 앤 머니’(2014.04.17 뉴스컬처)

[리뷰] 돈으로 채워지지 않는 삶의 결핍… 연극 ‘러브 앤 머니’

영국 극작가 데니스 켈리의 희곡 국내 초연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누구나 살아가면서 공허감을 느낀다. 텅 빈 것 같은 마음을 채우기 위해 어떤 이는 일에 매진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취미에 빠져들기도 하며, 어딘가로 훌쩍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가장 손쉬운 방법은 돈을 주고 무언가를 사는 일일 것이다. 돈만 있으면 어떤 것이든 소유할 수 있는 자본주의 시대, 소비는 현대인에게 빠르고 간단하게 만족감을 선사한다. 연극 ‘러브 앤 머니(연출 박정희)’는 삶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욕망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영국의 극작가 데니스 켈리(Dennis Kelly)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러브 앤 머니’는 사람과 사랑보다 돈이 중요해진 물질만능시대에 돈에 구속된 사람들이 파멸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극의 중심에는 결혼 2년 차 신혼부부인 남편 데이비드와 아내 제스가 있다. 쇼핑 중독에 걸려 수많은 빚을 떠안게 된 제스 때문에 데이비드는 핸드폰 영업사원 일에 뛰어든다. 자존심을 구기고 옛 애인에게 찾아가 원하지도 않는 일을 떠맡게 된 데이비드는 현실 앞에 절망하지만, 돈을 얻기 위해서는 치러야 할 비용이 있음을 깨닫고 마음을 다잡는다.
 
대본을 쓴 데니스 켈리는 한 인간의 정체성은 돈이나 물질이 아닌, 그를 둘러싼 환경이나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확립됨을 이야기한다. “10의 12승의 10의 12승의 10의 12승의 10의 12승의 10의 12승의 10의 12승의 10의 12승의 10의 12승의 10의 12승분의 1이 우리가 사는 별이 생겨날 확률”이라는 극 중 대사처럼, 나와 타인이 관계를 맺고 사랑에 빠지는 일 역시 상상도 못한 희박한 가능성으로 맞아 떨어진 ‘기적’일지 모른다. 그런 기적조차 숫자나 수치로 환원되는 시대에 ‘러브 앤 머니’는 무엇이 더 소중한 가치인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